레포트를 잘 쓰려면 우선 레포트가 무엇인지부터 잘 알아야 할 것이다.
레포트는 어떤 문제나 주제에 대하여 조사, 연구, 실험, 관찰한 결과를 객관적으로 보고하는 글이다.
그런데 대학생들 사이에 흔히 오르내리는 레포트는 이러한 정의에 맞아떨어지는 것만 일컫지는 않는다.
쉽게는 교수가 학생에게 내는 숙제나 과제물까지 레포트라고 이르는 경향이 짙다.
그러다 보니 한자를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반복해서 몇 번씩 쓰는 것이나, 외국어로 된 문장을 우리말로 옮기는 것, 작품의 줄거리만을 요약하는 것, 그리고 교과서에 실려 있는 수학 문제나 물리 문제를 풀어서 내는 것도 레포트라면 어쩔 수 없이 레포트의 테두리에 넣을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진정한 뜻에서 레포트는 조사 보고나 연구보고, 실험보고나 관찰보고, 그리고 이런 것과 조금이라도 비슷한 학기말보고 따위를 가리킨다.
레포트는 글자 그대로 보고에 해당하는 글이므로 작성자의 독특한 학설이나 주장이 반드시 들어가지 않아도 된다.
즉, 레포트는 조사하고 연구할 문제를 지 시 받은 사람이 작성하는 보고문이기 때문에 사실을 있는 그대로 기록하면 되는 것이지, 논증을 통하여 상대방이 자기의 견해를 수긍하고 동의하도록 하려는 속셈은 없다.
그러므로 레포트는 객관적인 사실을 정확하게 기술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잡지나 신문에서 흔하게 볼 수 있듯이 현지르뽀라는 이름 아래 사진 몇 장과 함께 기자의 보고가 실려 있는데, 이 때 그 기사문도 온전히 레포트에 속한다.
사실상 레포트는 영어이고 르뽀는 레포트에 해당하는 프랑스말인 까닭에 두 단어가 가리키는 구석은 똑같은 것이다.
무엇보다도 레포트는 겉모양부터 반듯하게 갖추어야 잘 된 보고서로 인정 받는다. 간혹 외모만 그럴싸하고 내용은 콩깍지인 레포트도 있긴 하지만, 일 단 모양새가 그럴듯하게 갖추어졌으면 기본 이상의 점수는 따고 들어가는 것으로 봐도 괜찮다.
1. 레포트 작성순서
1) 주제의 선정과 파악
학기도중 과제로서 레포트를 제출할 때는 대부분 교수가 주제를 제시해 주지만, 때로는 학생들의 의사에 맡겨지기도 한다.
이 경우에는 자신이 평소에 관심과 흥미를 가져왔던 문제를 선정하는데, 주제는 너무 좁은 범위나 자신의 사적 감정이나 편견이 개입된 것은 피해야 한다. 또한 자신의 능력을 벗어난 방대한 것이나 모호한 것도 피하는 것이 좋다.
만약 무엇을 쓸 것인가가 막연한 경우는 그 강의에서 제시된 참고문헌이나 관련된 논문들을 읽어 보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2) 필요한 자료수집
주제가 선정되면 그에 관련된 자료를 수집하여야 한다. 자료수집 방법은 대체로 기존문헌에 의한 자료 수집과 직접관찰, 측정, 실험 등을 통한 자료수집 등의 방법이 있는데, 신입생들에게는 주로 앞의 것이 요구된다.
필요한 참고문헌을 구하는 방법은 교수나 선배의 자문, 도서관 등을 최대한 잘 이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3) 레포트 개요(outline)구상
자료수집 후에는 어떤 체제로 어떤 내용을 쓸 것인가 하는 개요를 구상해야 한다. 개요 구상시 자기가 다룰 주제를 몇 개의 부분으로 분류하고 그것에 자기 소제목을 정한 후 그 부분에 써야 할 아이디어를 기록하는 것이 좋다.
개요의 구상은 레포트의 골격이 되므로 논리적이며 일관성 있게 과정이 전개되어야 한다.
4) 자료의 재검토 및 정리
개요 구상 후에는 앞서 모아 두었던 자료를 다시 검토하면서 취사 선택한다. 자료를 정리하는 방법으로 카드를 이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카드에는 관련된 논문개요에서 정한 소제목, 정보의 출처, 내용기록 등을 기록한다.
5) 초고작성
위와 같이 레포트를 쓸 준비가 완료되면 구상한 체계에 따라 쓰기 시작한다. 초고를 쓸 때에는 나중의 수정을 위해 여분의 공간을 남겨 두는 것이 좋다.
6) 초고의 재검토 및 완성
몇 일간 생각할 여유를 갖고 초고를 검토하는 것이 좋다. 이때는 내용이 선정된 주제를 적합하게 그리고 충분히 다루고 있는지, 통일성 있게 조직되어 있는지, 글의 구성이 논리적인지, 각 문장이 분명하고 읽는 사람에게 잘 이해될 수 있는지 등에 염두를 두면서 초고를 음미하고 고칠 것은 고치고 모자라는 것은 보완한다.
7) 참고문헌 목록의 작성
레포트 작성시 인용, 참고한 문헌들을 총괄적으로 정리하여 목록을 작성한다.
2. 레포트를 쓸 때의 주의사항
레포트의 외형은 그 레포트가 어떤 인상을 주는가를 결정 짓는 중요한 요인이 된다. 그렇다 해도 겉모습이 속살을 밀치고 활개를 치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러기에 우리는 내용상으로 레포트가 갖추어야 할 몇가지 요소를 속 깊은 데까지 건드리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첫째 로 레포트는 주제를 정확하게 판단해서 거기에 맞는 글을 써야 한다. 주제 파악을 잘못하면 동문서답의 글이 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대청호의 수질 오염 원인 조사보고'란 주제로 레포트를 작성할 경우에는 대청호의 수 질 오염을 일으키는 요인만을 뽑아 내어 유형별로 나누어 정확하고 간명하게 조사 보고해야 옳다.
그렇지 않고 수질 오염을 원천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내놓는 데 초점을 맞춘다든지, 대청호와 소양호의 수질 오염 실태를 비교 분석한다든지, 수질 오염이 대전과 청주 시민에게 미칠 영향 따위를 제 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다른 예를 들어 '매맞는 남편의 실태 조사 연구'라는 제목으로 레포트를 쓸 때에는, 아직도 매맞는 부인보다는 매맞는 남편이 훨씬 적다거나, 가부장제의 장점을 나열하며 과거의 유교적 정신을 부활해야 한다거나, 매맞는 남편을 위한 공간을 조성하는 데 예산이 얼마나 필요하다거나 하는 언급은 자칫하면 레포트의 주제 의식을 흐리게 할 수 있다.
그러므로 레포트에는 보고할 사실의 정확성을 바탕으로, 주제에 합당하고 신뢰할 수 있고 좀더 새로운 자료나 사실을 되도록 풍부하게 조사하여, 주제 에 부합하는 핵심 되는 내용만을 체계적으로 담아야 한다.
둘째 로 레포트는 신빙성 있는 자료를 확보하는 것이 레포트의 생명이요 근 간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전에 그 문제와 관련 있는 서적들을 어느 정도 훑어보아 충분한 예비 지식을 갖추어야 한다.
그런데 이 경우에도 역시 이미 나온 책이나 잡지가 얼마만큼이나 믿을 만한지 잘 살펴야 한다.
실제로 몇 년 전에 우리 나라 일간 신문에 놀랄 만한 기사가 실린 적이 있다. 유전 공학의 발전에 대해 획기적인 내용을 수
록하고 있는 잡지를 입수한 게 화근이었다. 돼지고기와 토마토를 합성하여 놀라운 결실을 거두었다는 보고서가 그 잡지에 실려 있었다. 그러나 너무나 불행스럽게도 그 잡지는 4월 1일 만우절 에 한 번 웃자고 만든 잡지였지 믿을 만한 학술지가 아니었다.
그리고 자료의 수집을 언제, 어디서, 누구를 통해, 어떤 방법으로 할 것인지 여러 가지 사항들을 미리미리 고려하여 치밀하게 준비해야 할 것이다.
분명 하고 세밀한 사전 준비는 레포트의 신뢰도를 높이는 데 밑거름이 된다. 예를 들어 어느 지역의 방언을 조사하기 위해서는 누구를 만나느냐가 중요하다.
젊으면서 제대로 교육을 받은 사람이라면 방언의 제보자로 적당하지 않다.
또한 노인이라고 해도 유식한 것을 드러내기 위해 일부러 표준어를 사용하는 지역 유지나, 치아가 손상되어 발음이 뚜렷하지 않은 할아버지, 그리고 그 지 역에 이사온 지 얼마 되지 않은 할머니도 피조사자로서는 적격이지 않다.
그러므로 미리 면사무소나 파출소, 혹은 이장이나 초등 학교 교사의 도움을 받아 적합한 제보자를 만날 수 있도록 사전 연락 체제를 갖추어야 하는 것이 훨씬 값어치가 있다는 것도 미리 알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방언 조사를 할 때 제보자에게 드릴 선물을 챙기거나, 숨길 수 있는 소형 녹음기를 두 대 이 상 준비하거나, 지역 특성에 따라 방언이 전혀 이질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 큰 강이나 깊은 산골, 섬 따위의 지형을 숙지하여야 한다.
이 외에도 그림이나 현장 사진, 도표나 통계표 등을 미리 마련하는 것도 퍽 중요하다. 예로써 방언 조사를 할 때 실물이 없을 경우에는 준비해 간 그림이나 사진을 일일이 가리키면서 조사를 할 수도 있고, 동물이나 식물 도감 따위를 보며 주며 얻고 싶은 방언을 수집할 수도 있다.
셋째 로 보고자의 주된 관심, 즉 문제 의식이 레포트에 담겨야 한다.
다시 말해서 보고자가 어떤 사실을 어떻게 보고 어떻게 느꼈는가 하는 것이 레포트에 수록되어 있어야 한다.
그러한 개인적 관심이 적절히 표명됨으로써, 레포트가 가지는 특성인 사실의 유용성이 좀더 잘 드러날 수 있다. 단순한 사 실의 기록이나 통계 수치의 나열은 왜 그 레포트가 작성되었는지 의미가 불분명해지고 무미건조한 인쇄물로 여겨지기 일쑤이다.
반대로 큰 것은 덮어둔 채 자그마한 사실들을 너무나도 상세하게 기술하여 특별한 내용이 아닌 것을 부풀리거나 통계 수치를 조작하여 일부러 읽는 이 의 관심을 어느 한 쪽으로 몰고 가려는 레포트도 경계해야 한다.
일례로 '교직자의 처우 개선 실태 조사 보고서'가 있었다. 지난해 교원의 임금보다 올해 교원의 급료가 올라간 것을 분석한 보고서였는데, 임금 상승 정도를 수치로 제시하고 백분율로도 나타내었다.
그 보고서는 몇 개 항목을 나열하고, 그 항목에 해당하는 수당이 50% 내지 100% 인상되었다고 적시하였다.
그러므로 교원의 처우가 획기적으로 개선되었다고 결론을 내렸다.
그것은 결코 틀린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그런 수당이 아주 적은 액수라서, 과거에 5000원 하던 것이 10000원으로 올랐거나, 10000원 하던 것이 15000원으로 오른 것이었다.
레포트를 자세히 뜯어보지 못한 독자는 당연히 교직원 의 봉급이 엄청나게 올랐으리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렇게 미미한 액수가 1.5배나 2배 상승한 것은 의미가 거의 없다. 본봉이 오르지 않았기 때문에 실 제 임금 상승 정도는 아주 미약했을 따름이었다.
넷째 로 실제로 레포트 작성에 일정한 형식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레포트를 작성하게 된 취지, 조사 시기, 조사 지점, 조사 범위, 조사 방법, 조사 자 등을 확실하게 밝혀야 한다.
보고된 사실을 신뢰할 수 있게 하려면, 문헌에서 수집된 자료는 그 출전을 소상히 밝혀야 한다.
마치 자기의 연구인 양 얼렁뚱땅 넘기려는 심보는 전혀 용서받을 수 없다.
그리고 실험 보고일 경우에는 실험의 재료, 도구, 과정 등을 정확하게 기술해야 한다.
따라서 자료를 수집할 때에는 항상 카드에 정리하고 경우에 따라서 컴퓨터에 입력하고, 수시로 복사를 해 두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다섯째 로 레포트의 문장 표현은 무엇보다도 쉬운 우리말로 쓰는 것이 중요하다.
아무리 학술적인 전문 분야의 사실을 다룬다고 하더라도, 남이 이해하기 어려운 말로 어렵게 꾸미는 것은 피해야 한다.
특히 일부러 어려운 한자어를 쓴다든지, 아예 한자로 일관한다든지, 또는 지나치게 영어를 섞어 쓴다든지 하여 독자의 이해도를 떨어뜨리게 하는 일은 삼가야 한다.
또한 특수한 전문 용어는 그 뜻을 온전히 파악한 뒤에 써야 하며, 때에 따라서는 그 술어 에 대한 정의를 본문이나 주석에서 따로 내릴 필요도 있다.
그리고 자료 제시는 이른바 육하원칙에 따른 기술적인 표현을 하게 되는데, 이때에 설명식으로 해도 좋고 인상만을 피력하는 방식을 써도 괜찮다. 다만 어떠한 표현 방법을 고르든 문장은 정확하고 논리적이어야 하며, 문제의 핵심에서 벗어나지 않아야 한다.
레포트를 잘 쓰려면 외적으로 좋은 인상을 줄 수 있도록 다방면에 서 고려되어야 하며, 신빙성 있는 자료를 확보하여 주제에 맞는 글을 작성하고, 보고자의 문제 의식이 레포트에 담겨 있을 수 있도록 신경을 써야 한다. 그리고 적정한 보고서의 형식을 취해야 하며, 표현 방식이 쉬운 우리말로 나 타나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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