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 살다보니 아무래도 인도-파키스탄-방글라데시, 중동지역, 아프리카지역 얘기를 많이 접합니다. 이사람들이 이쪽 지역에 여전히 관심이 많기도 하고 교류가 많기도 하거니와 이해관계도 크니까요.
얼마전 출장길에 일부러 두바이 경유편을 끊어 잠시 둘러보고 왔습니다. 잠깐 내려서 본걸로 감상문을 적으려는 것은 아니고, 방문을 결행?할만큼 관심이 있었고 방문을 전후하여 공부?가 자연스레 되기 때문에 생각을 좀 다듬어 보는 차원에서 잡설을 씁니다. 이하 경어체 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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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바이 - "..."
웬 아랍에미레이트.. 한국사람들에게 UAE는 그저 아시안컵이나 아시안게임 축구에서 대충 가끔 만나는 상대 국가였을 뿐이다. 바레인이나 쿠웨이트이랑 비등비등하고, 이겨본 기억이 별로 없는 사우디, 이란보다는 못할 것 같다는 이미지가 전부다. UAE는 부족국가 연맹체이고, 전체 인구가 450만명 정도이다. 연합체의 수도(젤 잘나가는 부족국가)는 아부다비이고, 요즘 뜨는 곳은 두바이인 것이다. 한마디로, "coming from nowhere.. " 이다.
지리적 위치는 대략 아실거라고 보는데, 페르시아만 동쪽 끝자락이다. 과거 영국 식민지였는데, 군사적, 지정학적, 무역경로상의 요충지... 이런 것 별로 아니었다. 지중해에서 인도양으로 나가는 수에즈 운하는 홍해 쪽에 있다.
두바이는 잘 알려진대로 유럽자본, 더 정확히는 영국자본으로 개발이 이루어지고 있다. 두바이를 가리켜 '오일달러의 힘'이라는 표현을 하는 사람을 간혹 보는데, 물론 오일달러도 당연히 도움이 되겠지만, 두바이의 '눈부신'(?) 개발상을 '오일달러+부족장의 리더십' 이라고 해석하는 것은 상당히 위험하다. 오일달러는 두바이 GDP의 고작 7%를 차지한다. 나머지는 건설, 무역, 관광 등이다. 유럽자본이 두바이에 들어간 이유는 무엇일까.
로마제국 시절부터 쳐서 대략 2천년간 유럽인이 보는 세계는 지중해 연안이 중심이었다. 지중해 연안에는 북아프라카 해안, 즉 모로코부터 이집트까지를 포함하며 지중해 동안의 '오리엔트' 즉 터키, 레바논, 시리아 등까지 포함하고, 쬐끔 더 나가면 아라비아 반도와 페르시아 까지 봤다. 인도, 동남아, 중국, 그리고 일본까지 '뻗친' 것은 비교적 최근-2백년 미만-의 일이다. 이 얘기를 하는 이유는, 두바이? 거기가 어디야? 라는 것을 한번 더 강조하기 위해서이다. 두바이는 카이로, 알렉산드리아, 예루살렘, 바그다드.. 같은, '유럽인에게 오래 전부터 친숙한' 도시가 아니다. 간단히 말해 새땅이다.
나에게 두바이를 한 마디로 표현하라고 하면, "유럽이 동쪽으로 한 수 뻗어 놓은 바둑돌" 이라고 하고 싶다. 미국이 페르시아만의 2강, 이라크와 이란과 치고받고 으르렁거리는 동안, "얘.. 우리는 오래 전부터 잘 지내왔잖아. 미국이가 싫어하는데다가 똥고집이 강한 이란, 이라크는 빼고.. 중동의 맹주라고 자칭하는 사우디도 빼고.. 기름 안나서 가난한 예멘도 빼고.. 아싸 여기다~" 하면서 실속을 챙기며 페르시아만 입구에 떡하니 박아놓은 대마(?)인 것이다.
하지만 이런 땅따먹기론으로만 설명하기에는 일이 좀 크다. 그리고 '왜 더 동쪽이죠?' 라는 질문에 답을 해야 한다. 나는 이 질문의 핵심에 인도가 있다고 본다. 두바이는 놀랄만큼 인도와 가깝다. 인도는 최근 매년 8%대의 경제성장을 기록중이고, 인도 철강 업계는 유럽 철강회사들을 거푸 인수합병하고 있다. 더이상 '요상한 발음이지만 영어가 되니까 콜센터를 유치해요' 라던가 '수학을 잘해서 그런가요? 소프트웨어 하나는 잘해요' 하던 그 인도가 아니다. 그 이상이다.
장기적으로 보면 중국도 있다. 물론 한국-유럽이 보기엔 미, 일과 너무 가까운, 정치적으로나 문화적으로나-도 있다. 하지만 중국은 인도만큼 '우리 하나의 시장 해요' 하는 자세가 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중국은 중국이고 싶어한다. 그러나 인도는 다르다. 유럽-중동-인도 경제권의 일원이 될 자세가 되어 있다. 너무나 거대해서 블록화로 보기에 무리가 있을 정도인 이 유중인 경제권은, 자유무역으로 엮인 경제블록이라기보다는, '분위기적'으로 묶인 경제블록이다. 엄청난 수의 인도 엘리트들-기업가들을 포함하여-은 영국에서 교육받았고, 영국에 살면서 인도에서 사업하는 경우도 많다.(유명한 미탈도 그렇다) 이들은 인도 회사들도 인도에 기반을 둔 유럽 회사라고 생각한다. 자연 M&A의 대상 기업도 유럽에서 주로 찾고, 주식공개도 뉴욕이 아닌 런던 주식시장에서 한다.
인도 뿐 아니라, 중동과 북아프리카 역시 영국과 프랑스의 (경제문화적) 영향이 절대적이다. 영국의 블레어 정부가 미국의 중동정책에 적극 찬동하여 '부시의 푸들'이라는 별명까지 얻었지만, 미국과 영국의 중동을 대하는 기본 자세와 분위기는 무척 다르다. 영국은 미국을 제외하면 최대, 최장기간 파병국일 뿐 아니라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 계속 전사자가 발생하고 있다. 한국에서 보기엔 영국이 미국의 별책부록정도로 보여도 무리가 아니다. 하지만 이상한 점은, 일부 보수지를 제외하고는 언론이나 대중 여론이 미국의 대외정책(대북정책을 포함하여)에 대해 매우 부정적이라는 것이다. 또한 영국에는 실로 엄청난 수의 무슬림이 살고 있고 그 수가 늘어나고 있으며, 기독교인은 날로 감소하는 추세이기도 하기에 '중동인'에 대해 미국이 만든 스테레오타입-소위 '문화의 충돌'론에 의해 지지되는-을 수용하지 않는다. 영국의 야당인 보수당조차도 '미국에 끌려다니지 않겠다'며 블레어와 선을 긋는 판국이다. 반면 반전 성향이 강한 진보언론조차도 철군 주장을 강하게 하지는 않는 것이 신기하다. 정리하자면, 영국은 아직도 자기네가 세계를 주름잡는 나라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고, 특히 중동쪽은 오랜 자기네 나와바리라고 여기기 때문에, 미군이 가는 곳에 아득바득 끼어 가는 성향이 있다는 것이다. 영국이 미국의 별책부록이긴 커녕, 오히려 중동을 미국한테 다 먹히기 싫은 것이다. 전쟁 명분에 대한 부담은 미국-정확히는 부시-가 더 많이 질 터이고.
두바이 얘기를 하다가 좀 샜다. 다시 두바이 얘기로.
두바이의 랜드마크인 버즈알아랍 호텔을 비롯하여, 대표적인 대형 건물 중 다수는 영국 회사가 디자인하고, 설계하고, 개발했고, 하고 있다. (시공과 감리에는 한국, 일본, 미국 등등 다양..) 두바이 '거주자'는 대략 120만명인데, 이중 영국인이 4만4천명이다. 노동계층을 보면 인도계는 서비스(호텔 종업원 등), 운송등에서 강세이고 방글라데시 출신은 건설 노동자가 많다. 정확한 통계는 찾기 어려우나 두바이 노동력중 60%가 인도-파키스탄-방글라데시 출신으로 여겨지고 있다. 두바이 당국에서 집과 초고층 아파트 분양권과 거주비자를 묶어 팔았기 때문에, 4만4천명의 영국인이 두바이에 '정착'한 것인지 오고 가는지는 정확히 분간하기 어렵다. 하지만 위에 적은 인구 구성을 얼핏 봐도 '두바이 경제 상층부'을 얼마나 많은 영국인이 장악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영국인 다음으로는 러시아인, 미국인 등이 많이 드나든다고 하는데, 현지 소문에는 영국 돈줄이 말라가는 와중에 러시아 재벌과 마피아의 돈이 두바이로 유입되고 있다는 얘기도 공공연히 들린다.
두바이가 쇼핑의 천국이라기에 시내 주요 쇼핑몰 몇 곳을 흝어봤는데, 입점 브랜드나 백화점들이 영국의 중소도시 시내 쇼핑몰을 그대로 옮겨놓은 것과 같아 적잖이 놀랐다.(그나마 이집트 자본, 이탈리아 자본이 각각 세웠다는 쇼핑몰은 나름대로 개성이 있었다.) 두바이의 공식 통화는 디럼이지만, 시내에서 파운드화를 7:1로 계산하여 별 불편없이 사용할 수 있었다.(다만 거스름돈은 반드시 디럼으로 준다) 언어는 대략 영어가 통하고, 간판들도 영어표기가 아랍어보다 많다.
두바이가 '중동의 리틀 유럽, 좀 더 심하게는 중동의 영국 도시'라는 얘기를 하고자 했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다. 왜 하필 두바이인가? 첫째, 왜 '여기'에 돌을 놨나? 위에서 하던 '동쪽을 보라' 얘기를 마무리 좀 짓고 넘어가겠다.
항공편을 당연히 에미레이츠 항공을 이용하였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집에서 가까운 공항에 취항한다는 것도 있었고, 두바이 경유를 할 수 있다는 것도 있었고, 또 하나는 최신형 기종을 운용하는 '요새 뜨는' 항공사이기 때문이었다. 에미레이츠 항공은 2005, 2006년에 거의 두배씩 규모(보유 항공기 수, 취항지 수)를 확장했으며 2007년에도 엄청난 확장이 예정되어 있고, 에어버스 380 수퍼점보기도 도입 예정이다. 두바이 공항은 중동의 허브공항으로 완벽히 입지를 굳혔고, 지금의 터미날만한 건물을 또 짓는 중이다.
에미레이츠 항공의 운항도를 보면 참 의미심장하다. 뭐, 모든 항공사의 운항도가 그렇듯이 자국내 허브 공항을 중심으로 방사형으로 뻗어나가는 모양새야 뻔한 것인데, 두바이를 중심으로 서쪽으로는 유럽(영국은 무려 세 개 도시)과 아프리카 전역, 동쪽으로는 인도권, 호주, 뉴질랜드, 홍콩, 중국, 서울, 오사카까지 뻗어 있다. 중동지역은 당연하게도 매우 촘촘한 연결망을 갖고 있다.(사실 중동 내 운항망은 전통의 걸프에어가 더 촘촘하지만) 재미있는 것은 남북아메리카 통틀어 오직 1곳, 뉴욕 JFK에만 외로이 취항을 하고 있다(2007년 확장 예정)는 것이다.(두바이 공항에는 '뉴욕 승객 전용' 체크인 룸이 따로 있다.) 이 그림을 보면 두바이가 왜 유럽과 동쪽(인도, 중국)을 이어주는 허브인지, 왜 유럽이 동쪽으로 뻗어 놓은 돌인지 한눈에 알아 볼 수 있다.(대한항공 노선도를 보고 서울이 아시아와 북미를 연결하는 허브라고.. 주장해도 할 말은 없다. 하지만 서울은 아시아 자본이 들어와서 계획적으로 키우는 도시는 아니니까!) 에미레이츠 항공편은 대다수가 두바이 transit으로 구성되어 있다. 경유편은 직항보다는 아무래도 불편한 것이 사실이지만, 에미레이츠는 유럽에서 중동, 인도, 동남아, 아프리카 중남부 쪽으로 가는 경우 상당히 경쟁력이 있다.(동북아 지역으로는.. 너무 많이 돈다. 하지만 두바이 자체가 매력적인 관광지로 부상하면서 나처럼 스톱오버하는 한국, 일본 승객도 늘어나고 있다. 특히 에미레이츠항공은 JAL과 코드셰어 관계임)
위치 얘기 그만하고, 경제적 얘기를 좀 해보자.
일단 반드시 따지고 넘어가야 하는 것. 두바이는 엄연히 UAE의 일원이고, UAE는 이슬람 국가이다. 인도, 동남아 출신의 외국인 노동자도 대개 무슬림이다. 초현대적 이미지, 친서방적 이미지와 걸맞지 않은 점도 많다. 가장 흥미?로운 것은 이스라엘 여권 소지자 또는 이스라엘 입국 기록이 여권에 찍힌 사람은 공항에서 입국이 거절된다는 것이다.(입국심사는 거의 건성이지만 여권의 모든 면을 넘겨본다) 다음으로는 노동력의 절대다수가 남자라는 것을 들 수 있다. 여성의 경제활동이 아무래도 활발하지 못하다. 공항 안내 직원, 입국심사대 직원, 도우미 등 모두 남자고, 백화점에도... 가끔 보이는 여성인력은 인도, 동남아 계열로 보였다.
두바이는 초현대적 이미지, 제조업 없는 고도성장 (마치 서비스업으로 잘 먹고 살 것 같은)의 이미지 등을 갖고 있다. 에.. 그런데 이슬람 국가다. 이슬람 국가는 '금융'에 약하다. 왜냐면 이슬람 율법에서는 이자를 받지 못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자는 금융의 핵심 요소 아닌가?(영국에서는 무슬림을 위한 금융상품이 속속 개발되고 있는데, 이 상품을 보면 예금에 이자를 주지 않는다. 물론 포장을 그럴듯하게 한 것으로, 투자신탁 형식으로 예금 소득을 올릴 수 있다) 두바이에 HSBC, Barclays를 비롯 많은 금융기업이 들어가 있고 국립 두바이은행도 멋진 건물을 뽐내고 있으나, (한국이 그렇게 하고 싶어하는) 금융허브가 될 것 같지는 않다. 그저 인프라 역할을 할 뿐이다.
두바이에서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주식, 자원, 파생상품 시장'도 성공여부를 낙관하기 어렵다. 일단 석유의 경우에는 기반이 있다. 하지만 화려한 다국적기업(인도 등 신흥개발국을 필두로 한)의 무더기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는 두바이 주식시장은 허접하기 그지없다. 주식시장은 아무래도 오랜 기간의 연습과 전통이 필요한 것일 터. 주식이 안뜨면 파생상품도 뜰 리가 없고, 헤지펀드의 중심지가 되기엔 뉴욕, 런던과의 싸움이 버겁다.
금융을 빼면 남는 '주요' 서비스업중에 종교 때문에 또 못하는 것이 있으니, 카지노(도박)와 유흥이다. 물론 바에서 몇잔 하는 정도야 상관없겠지만, 본격적인 '나이트 라이프'는 고사하고 '룸싸롱'은 꿈도 꾸지 말아야 한다.
결국 두바이가 먹고 사는 것은 간단하다. 건설, 상업(중개무역 포함), 관광 이렇게 세 가지이다.
두바이는 '건설 중'이다. 구시가지의 모습은 그저그런 여타 중동 도시와 다를 것이 전혀 없다. 좀 더 충격적인 소식을 전하자면, 내 눈에는 "아 이나라 아직 못사는구나" 라고 보였다. 잘 봐줘야 한국의 70년대말~80년대초 모습으로 보였다. 물론 가기 전에 너무 큰 기대를 한 탓도 있을 것이다. 페라리가 넘쳐날 줄 알았던 두바이 거리는 혼다, 도요타, 닛산-르노삼성이 블루버드 실피로 OEM 수출하는 SM3 포함-으로 가득했다. 통계상 90%가 일제차다. 독일 프리미엄 메이커나 렉서스를 목격하는 빈도는 서울 강남의 그것에 훨씬 못미친다.
두바이 최고의 고층건물가인 Sheikh Zayed Road 는 딱 테헤란로를 연상시키는데, 그나마 아직 열심히 지어 올리는 중이고, 건물 규모도 그리 크지 않다. 지금 짓고있는 건물들 중에 70층 넘어가는 초고층건물들은 대개 아파트들인데, 삼성이 짓고 있다고 한국에서 유명한 버즈두바이(160층 예상)도 주상복합 건물이다. 두바이에서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광고는 분양광고이고, 구입자는 대개 유럽사람들이다. 재규어나 심지어 개인용 제트기를 경품으로 내걸기도 한다. 이러한 초고층 주거지들은 아직 완공도 안되었고, 계속 개발되는 중이라 공급과잉이 우려될 정도이다. 앞서도 언급했지만, 두바이의 기반 산업이래봐야 별 것이 없다. 즉, 엄청난 수의 초고층 아파트가 들어서서 스카이라인이 멋져 지긴 하겠지만, 거기 들어차 살아야 할 사람들은 외국에서 수입을 해야 하고, 그들을 정착시켜 먹여살릴 산업은 별달리 없다는 것이니, 결국 유럽 사람들의 부동산 투기(좋게 말해 재테크)에 '열대지방, 생활편의를 갖춘 도시의 럭셔리 세컨드 홈'을 팔아대는 것 자체가 산업이 된 것이다. 유럽 부자들은 살인적인 세금 탓에 조세 부담이 적운 곳로 주소를 옮기는 것이 유행-지금껏은 모나코, 스위스가 대세-인데, 향후 두바이가 일정 역할을 할 것이 분명해 보인다.
유럽 사람들의 '태양을 향한 갈망'은 상상외로 대단해서, 유럽통합의 최대 수혜자로 꼽히는 스페인은 북구와 영국으로부터 엄청난 돈과 인구가 유입되어 해변에 저택을 지어대고 중산층까지도 콘도를 사들이는 통에 즐거운 비명이다. 두바이는 연중 땡볕인데다 페르시아만의 옥색 바다와 모래사장이 끝내주게 펼쳐져 있다.-사실 여름엔 너무 덥다 하지만 바다와 에어컨이 있으니- 한국에도 유명한 '팜 아일랜드' 인공섬이나 '월드 아일랜드' 인공섬은 모두 주거용도이다.-여러 가십거리가 있었지만 둘 다 공사가 착착 진행중임을 눈으로 확인했다.- 팜 아일랜드를 예로 들면, 나뭇잎 부분은 개인 요트 선착장을 갖춘 저택가이고, 줄기 부분은 주상복합 아파트와 쇼핑몰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외에도 마리나-거대한 요트장-지역과 Jumeirah 해변에 엄청난 공사가 진행중이다.
다시한번 말하는데, 두바이의 '천지개벽'틱한 건설붐은 대부분 유럽인을 위한 주거시설들 탓이며, 엄청난 자본유입이란 바로 이것들을 분양해서 얻는 것이고, 여기에 사람들이 (놀러) 와서 살면 엄청난 소비생활을 할 것이므로, 대단한 규모의 상업시설들이 속속 들어서고 있는 것이다.
한국엔 버즈알아랍 호텔이 가장 유명하지만, 좀 더 서쪽 교외로 나가면 해변에 최근 몇년 사이 그보다 훨씬 더 끝내주는 호화 호텔이 즐비하게 들어섰다. 아마 지금 적자신세에서 벗어난 호텔은 없을 것이다. 두바이는 실내스키장을 지었고, -지금은 두바이 자체가 관광거리지만-사막투어를 중심으로 관광자원을 열심히 개발중이다.
얼렁 결론부를 쓰고 마무리 지으려 한다.
한마디로 두바이에 대한 환상을 깨자는 말을 하고 싶다. 두바이는 인구 120만의 도시부족국가다. 왕의 리더십이 뛰어나고 건설을 중심으로 한 고속성장을 배우자는 얘기에 솔깃해선 안된다. 최근 한국에 제조업을 포기하고 서비스업으로 중심을 옮기자는 주장이 득세하면서 덩달아 두바이도 뜨고, 심지어 제조업 왕국인 삼성 회장까지 두바이를 각별히 보는 일이 벌어졌다. 왕의 리더십? 과감한 결단을 하긴 했다. 자기 나라를 유럽에 완전 오픈한-심하게 말해 팔아넘긴- 모험을 감행했으니까. 분명히 경제성장의 과실이 일반 국민들에게도 일부 돌아갈 것이다. 하지만 한국이 배워야 할 것이라고는 거의 없다. 두바이 경제성장과 건설붐의 원동력에 별다른 지식기반산업이 없다는 것도 강조하고자 한다. 갈 곳이 마땅지 않아 몰려드는 '돈'만 있을 뿐이다.
화려한 겉모습의 이면에는 살인적인 물가상승으로 '부엌에서 잠을 자야 한다'는 노동계층의 소외가 있고, 제3국 건설노동자들의 착취문제, 인권문제, 불법체류문제가 발생해 있다. - 매우 화려한 두바이 국제공항 면세점가에, 고향으로 돌아가려는 허름한 차림의 노동자 수천명이 발벗고 누워있는 장면은 참으로 인상적이다-두바이는 유럽 자본주의의 탈출구이자 해방구이다. UAE는 부족국가연합이고 수장은 Ruler라고 하는 왕 비슷한 것이다. 두바이에는 규제란 없고 자본이 원하는대로 착착 맞춰 나오는 제도만 있다. 빈 땅이 널렸고, 인도양만 건네 오면 되는 값 싼 노동력이 널렸다. 유럽 어느 도시에서나 7시간 이내에 갈 수 있고, 연중 땡볕과 바다가 있으며, 가진자에게 한없이 친화적인 상업시설과 영어가 통하는 '아랫것들'이 있다. 50%에 육박하는 소득세도 없고, 사회복지와 환경보호를 주장하는 진보정당도 없고, 범죄도 극히 적고 대서방테러도 없다.
시설은 번드르하지만 사람은 어떠한가? 에미레이트 항공의 최신예 보잉 777-300과 에어버스 340-500은 최고의 개인 엔터테인먼트와 시트를 제공하고 이코노미 기내식도 감동적으로 맛있었지만, 다국적으로 구성된 객실승무원들의 서비스는 그리 만족스럽지 못했다. 한국이나 일본 국적기와 같은 (가식적일지언정) 살가운 서비스도 없었고, 브리티시에어나 루프트한자같은 딱딱하지만 할 것은 착착 하는 '아줌마 승무원'의 경륜도 없었다. 공항이나 시내에서 만나는 사람들도 무뚝뚝하고 매너가 세련되지 못했다. 경제개발의 속도에 민도 성장에 쫓아가지 못하는 느낌이랄까. 양극화 문제는 말할 것도 없고, 소수의 외국인 부자들과 자국인 졸부들을 위해 나라 전체가 서비스를 제공하는 형국으로...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바이 현상'으로부터 꼭 챙겨야 할 교훈과 시사점은 있다. 첫째, '두바이를 오일달러와 지도자의 꿈' 따위로 보지 말고, 유럽 자본의 동방 진출의 교두보로 해석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유럽-중동-인도를 잇는 새로운 초대형 경제띠를 위한 허브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두바이는 유럽의 신성장동력이며,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화와는 사뭇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는 세계화를 실천하고 있다. 특히 한국 사람들은 동북아와 미국 외엔 관심을 끊어버리는-그리고 최근 중국에만 너무 신경쓰는- 이상한 경향이 있는데 시야를 넓힐 필요가 있다. 중국이 아프리카 '대접'에 왜 그리 열심인지 한번이라도 생각해 보기 바란다. 세계 어디에도 변변한 '나와바리' 한군데 가져 본 적이 없는 한국은, 이제 웬만큼 돈을 벌었는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이웃집 뭐하나 쳐다보고만 있다.
둘째, 자본주의의 천박한 산물임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인 힘을 갖기 시작하는 것... '럭셔리함'에 대해 심각히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두바이가 던지는 메시지에는 그것이 분명히 포함되어 있다. 물론, 동북아 3국 국민들도 명품이라면 환장하고, 나름 럭셔리함을 숭앙한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동북아 3국에는 럭셔리함을 산업화하는 데엔 너무나 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문화적 요인인지.. 그러고보면 청교도 정신에서 출발한 미국도 럭셔리 산업이란 유럽 문물 수입에 의존할 뿐인지.
자본주의의 역사가 오래 된 나라들은 축적된 자본이 많다. 꼭 돈이 많다는 뜻만이 아니다. 쉽게 말해서, 가진 것의 가치가 높고, 부자들이 많다. 부자들은 돈을 많이 쓰고, 좋은 것에 쓴다. 두바이에 몰린 돈은 두바이 정부가 IMF나 IBRD에 사정해서 빌린 차관이 아니다. 유럽 부자들 주머니에서 나간 돈이다. 이것이 두바이의 '럭셔리함의 산업화'인 것이다. 한국 인천 송도 매립지에 국제 자유 뭐시기 도시를 세운다고 한다. 두바이만큼 간도 쓸개도 다 빼주고 초호화 럭셔리로 치장하고 외국인에게 오만가지 특혜와 서비스를 제공할 마음가짐이 되어 있는가? 외국 병원, 외국 학교조차 논란이 있었다. 송도를 화끈하게 하자는 얘기를 하려는게 아니다. 그만한 모험심이나 포용력 없이, 즉, 럭셔리함과 '특별함'에 대한 알러지반응-또는 터부-를 고스란히 갖고 있는 채로 "두바이가 부럽다", "두바이를 배우자"는 둥의 말을 하지 말자는 것이다. 그게 우리 정서에 안 맞으면 안 하면 되는 것이다. 또 앞뒤 사정과 능력 생각하지도 않고 '동북아 금융 허브'니 '물류 허브'니 하는 말 하는 것도 좀 가려서 하라는 것이다.
두바이 여행의 인상을 써보려던 잡설이 오만가지 얘기가 끼어들어서 너무 길어졌다.. 정리된 글도 아니고.. 쩝!
출처 : http://www.scieng.net/zero/view.php?id=now&page=1&page_num=20&category=&sn=&ss=&sc=&keyword=&prev_no=&select_arrange=&desc=&no=123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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