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뜻인 光(광)도 상형자라고 한다. 아니, 도대체 '빛'을 어떻게 그려?
놀랄 필요는 없다. 빛 자체를 그린 게 아니라 등불을 머리에 이고 있는 사람의 모습을 그린 것이란다. 옛날엔 하인이 등불을 머리 위에 받쳐 들고 있었다고 한다. 光자의 아래 부분에 사람의 모습인 儿=人자가 보이고, 그 윗부분이 '불'인 火(화)자의 변형이라는 얘기다. 역시 '사람'과 '불'의 회의라는 설명으로는 부족해 보였던지, 중국 고대의 유물 가운데 이런 모양의 등잔 받침대가 있다는 주장까지 들고 나온다.
光자의 옛 모습을 살펴 보자(<그림 1>). 아랫부분은 분명한 人자고, 윗부분은 火자의 옛 모습(<그림 2>)과 비슷하다. 그런데 火자 부분은 또 亡(망)의 옛 모습과도 비슷하다. 亡의 전형적인 금문은 乚 위에 ㅅ자를 올려 놓은 듯한 모습인데(<그림 3>), 光의 윗부분은 乚의 꼬리를 더 들어올려 凵 형태를 만든 것뿐이다.
발음을 보면 더욱 솔깃하다. 光의 발음을 이어받은 恍(황)·晃(황) 등은 亡 계통 荒(황) 등과 발음이 일치한다. 앞서의 光자 유래에 대한 설명 역시 '장면 상형'인데, 윗부분을 발음기호로 볼 수 있다면 형성자일 가능성이 생기는 것이다.
그런데 亡이 발음기호라면 전회에서 다룬 兄(형)과 발음기호가 같다. 어? 그러고 보니 의미 요소도 같다. 兄과 光은 구성이 같은데 별개의 글자다? 그렇다면 光자를 형성자로 봤던 가정이 잘못된 것일까? 아니다. 두 글자는 구성 요소가 완전히 일치하는 같은 글자다. 光의 '빛'이라는 의미는 '불빛'에서 온 게 아니라 兄의 의미가 '맏이>크다(우수하다)>위세(영예)>빛나다' 하는 식으로 파생돼 생긴 것이겠다. 兄과 光은 본래 같은 글자였지만 나중에 의미를 나누어 갖고 각기 별개의 모양을 택해 독립한 것이다.
'먼저'라는 뜻인 先(선)의 아랫부분은, 이제 눈에 익었겠지만 儿=人자다. 윗부분은 발의 모습을 그린 止(지) 또는 그 아래에 一자를 더한 㞢=之(지)자라고 한다. 설명하는 방식은 가지가지지만, 止나 之가 모두 '가다'와 관련된 글자여서 '앞서 가다'의 회의자로 보는 게 보통이다.
여기서 의문이 드는 건 人 부분이다. 그것이 의미 요소라면 '앞서 가다'라는 의미 형성에 뭔가 기여를 했어야 하는데, 있으나마나한 존재다. '사람이 앞서 가다'라고? 억지스러운 얘기다.
역시 옛 모습을 보자(<그림 4, 5>). 윗부분은 止 또는 그 밑에 一자를 받친 之의 옛 모습이 분명하다. 그런데 그 止의 옛 모습(<그림 6>)을 자세히 보자. 한글 ㅂ자다. 위쪽 가로획이 밖으로 좀더 길게 삐져나와 있을 뿐이다. ㅂ자는 亡자의 변형일 가능성이 있음을 봤다. 그렇다면 先은 兄=光과 같은 구성의 글자가 되는 것이다.
이 경우엔 의미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먼저'라는 先의 뜻은 兄의 '맏이'와 직결된다. 맏이란 형제 가운데 맨 먼저 태어난 사람 아닌가? 발음은 얼핏 멀어 보일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다. 초성 ㅅ은 ㅎ과 매우 가까운 발음이다. '힘'을 '심'이라 하고 '혀'를 '세'라 하지 않는가? '형'도 사투리로 '성'이라 한다. 받침 ㄴ/ㅇ 역시 쉽게 왔다갔다 하는 발음이다. 先 역시 兄에서 의미를 쪼개고 조금 다른 글자꼴로 독립한 글자다. 이렇게 보면 人을 억지로 의미 요소로 설명하느라 진땀 뺄 필요가 없다.
'가운데' 央(앙)은 사람이 두 팔을 벌린 모습이라는 大(대)자를 뼈대로 한 글자로 설명되고 있다. 사람(大)의 목 부분에 뭔가가 걸쳐져 있는 모습이라는 것이다. 걸쳐져 있는 물건의 모습은 凵/H/冂 등으로 조금씩 달라졌는데, 목에 쓴 칼이라거나 베개의 모습, 어깨에 짊어진 멜대의 모습 등 여러 가지로 설명된다.
전체적으로 단일 사물이 아니라 여러 요소가 한 화폭에 들어가는, '복합 상형'이라는 점이 걸린다. 이것도 일종의 '장면 상형'이다. 央의 옛 모습 가운데 어떤 것(<그림 7>)은 윗부분이 ㅂ자와 人 형태인데 人 부분을 一자로 펴면 윗부분이 㞢=之 형태인 先의 어떤 모습(<그림 5>)과 비슷하다. 또 央의 다른 모습(<그림 8>)은 光의 모습과 연결될 수 있다.
요컨대 央도 兄=光=先의 변형일 가능성이 높다. 央 계통인 映(영)·英(영)은 兄의 발음에서 초성만 약화돼 떨어져나간 것이다. '가운데'라는 의미도 兄에서 파생 가능한 의미다. 형제들이 둘러앉을 때 '맏이'의 자리는 당연히 '가운데'다.
이재황/고전문화연구가 (inkyu@pressian.com)
놀랄 필요는 없다. 빛 자체를 그린 게 아니라 등불을 머리에 이고 있는 사람의 모습을 그린 것이란다. 옛날엔 하인이 등불을 머리 위에 받쳐 들고 있었다고 한다. 光자의 아래 부분에 사람의 모습인 儿=人자가 보이고, 그 윗부분이 '불'인 火(화)자의 변형이라는 얘기다. 역시 '사람'과 '불'의 회의라는 설명으로는 부족해 보였던지, 중국 고대의 유물 가운데 이런 모양의 등잔 받침대가 있다는 주장까지 들고 나온다.
光자의 옛 모습을 살펴 보자(<그림 1>). 아랫부분은 분명한 人자고, 윗부분은 火자의 옛 모습(<그림 2>)과 비슷하다. 그런데 火자 부분은 또 亡(망)의 옛 모습과도 비슷하다. 亡의 전형적인 금문은 乚 위에 ㅅ자를 올려 놓은 듯한 모습인데(<그림 3>), 光의 윗부분은 乚의 꼬리를 더 들어올려 凵 형태를 만든 것뿐이다.
발음을 보면 더욱 솔깃하다. 光의 발음을 이어받은 恍(황)·晃(황) 등은 亡 계통 荒(황) 등과 발음이 일치한다. 앞서의 光자 유래에 대한 설명 역시 '장면 상형'인데, 윗부분을 발음기호로 볼 수 있다면 형성자일 가능성이 생기는 것이다.
그런데 亡이 발음기호라면 전회에서 다룬 兄(형)과 발음기호가 같다. 어? 그러고 보니 의미 요소도 같다. 兄과 光은 구성이 같은데 별개의 글자다? 그렇다면 光자를 형성자로 봤던 가정이 잘못된 것일까? 아니다. 두 글자는 구성 요소가 완전히 일치하는 같은 글자다. 光의 '빛'이라는 의미는 '불빛'에서 온 게 아니라 兄의 의미가 '맏이>크다(우수하다)>위세(영예)>빛나다' 하는 식으로 파생돼 생긴 것이겠다. 兄과 光은 본래 같은 글자였지만 나중에 의미를 나누어 갖고 각기 별개의 모양을 택해 독립한 것이다.
'먼저'라는 뜻인 先(선)의 아랫부분은, 이제 눈에 익었겠지만 儿=人자다. 윗부분은 발의 모습을 그린 止(지) 또는 그 아래에 一자를 더한 㞢=之(지)자라고 한다. 설명하는 방식은 가지가지지만, 止나 之가 모두 '가다'와 관련된 글자여서 '앞서 가다'의 회의자로 보는 게 보통이다.
여기서 의문이 드는 건 人 부분이다. 그것이 의미 요소라면 '앞서 가다'라는 의미 형성에 뭔가 기여를 했어야 하는데, 있으나마나한 존재다. '사람이 앞서 가다'라고? 억지스러운 얘기다.
역시 옛 모습을 보자(<그림 4, 5>). 윗부분은 止 또는 그 밑에 一자를 받친 之의 옛 모습이 분명하다. 그런데 그 止의 옛 모습(<그림 6>)을 자세히 보자. 한글 ㅂ자다. 위쪽 가로획이 밖으로 좀더 길게 삐져나와 있을 뿐이다. ㅂ자는 亡자의 변형일 가능성이 있음을 봤다. 그렇다면 先은 兄=光과 같은 구성의 글자가 되는 것이다.
이 경우엔 의미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먼저'라는 先의 뜻은 兄의 '맏이'와 직결된다. 맏이란 형제 가운데 맨 먼저 태어난 사람 아닌가? 발음은 얼핏 멀어 보일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다. 초성 ㅅ은 ㅎ과 매우 가까운 발음이다. '힘'을 '심'이라 하고 '혀'를 '세'라 하지 않는가? '형'도 사투리로 '성'이라 한다. 받침 ㄴ/ㅇ 역시 쉽게 왔다갔다 하는 발음이다. 先 역시 兄에서 의미를 쪼개고 조금 다른 글자꼴로 독립한 글자다. 이렇게 보면 人을 억지로 의미 요소로 설명하느라 진땀 뺄 필요가 없다.
'가운데' 央(앙)은 사람이 두 팔을 벌린 모습이라는 大(대)자를 뼈대로 한 글자로 설명되고 있다. 사람(大)의 목 부분에 뭔가가 걸쳐져 있는 모습이라는 것이다. 걸쳐져 있는 물건의 모습은 凵/H/冂 등으로 조금씩 달라졌는데, 목에 쓴 칼이라거나 베개의 모습, 어깨에 짊어진 멜대의 모습 등 여러 가지로 설명된다.
전체적으로 단일 사물이 아니라 여러 요소가 한 화폭에 들어가는, '복합 상형'이라는 점이 걸린다. 이것도 일종의 '장면 상형'이다. 央의 옛 모습 가운데 어떤 것(<그림 7>)은 윗부분이 ㅂ자와 人 형태인데 人 부분을 一자로 펴면 윗부분이 㞢=之 형태인 先의 어떤 모습(<그림 5>)과 비슷하다. 또 央의 다른 모습(<그림 8>)은 光의 모습과 연결될 수 있다.
요컨대 央도 兄=光=先의 변형일 가능성이 높다. 央 계통인 映(영)·英(영)은 兄의 발음에서 초성만 약화돼 떨어져나간 것이다. '가운데'라는 의미도 兄에서 파생 가능한 의미다. 형제들이 둘러앉을 때 '맏이'의 자리는 당연히 '가운데'다.
이재황/고전문화연구가 (inkyu@pressian.com)
'일반상식'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단위 환산표(일반용) (0) | 2008.03.12 |
---|---|
브라질 땅콩효과 (0) | 2008.03.12 |
'무설탕' 껌·캔디의 허와 실 (1) | 2008.03.08 |
‘치약’에 대한 오해와 진실 (0) | 2008.03.08 |
황사가 봄에 생기는 이유 (0) | 2008.03.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