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티베트인의 분노 왜 폭발했나
연합뉴스기사입력 2008-03-16 11:34
中의 지나친 불교문화 말살정책이 직접적 도화선
(서울=연합뉴스) 중국 티베트(시짱.西藏)에서 20년 만에 발생한 최악의 유혈참사는 중국 정부의 과도한 억압에서 비롯된 자업자득의 측면이 강하다는 지적이다.
티베트 고유의 불교문화를 압살함으로써 이 땅을 `무색무취'하게 만들기 위한 중국 정부의 지나친 동화정책에 결국 쌓이고 쌓인 티베트인들의 불만이 곪아 터졌다는 분석이다.
지난 1950년 군사력으로 티베트를 장악한 뒤 1959년의 독립 봉기를 무산시킨 중국 정부는 이후 티베트의 정체성을 말살하기 위해 다양한 조치들을 취해왔다.
대표적인 것이 티베트의 영적 지도자로 불리는 달라이 라마와 사회 지도층인 승려 사이의 정신적 연결고리를 끊어버리기 위한 `이간정책'이다.
최근 10여년간 중국 당국은 티베트 승려들에게 인도에서 49년째 망명정부를 이끌고 있는 달라이 라마를 부정할 것을 강요하는 한편 평신도들에게는 달라이 라마를 위한 기도 금지령을 내렸다.
그러나 불교가 곧 일상생활이고 달라이 라마를 여전히 자신들의 지도자로 떠받들고 있는 티베트인들에게 중국의 의도는 제대로 먹혀들지 않았다.
57년에 걸친 공산통치에다 20년간의 종교활동 완전금지 조치에도 불구하고 티베트 수도 라싸(拉薩)를 걸어다니는 주민들의 손에서는 지금도 여전히 염주가 떠나지 않고 있다.
불교성지를 찾아 몇달씩 여행하는 순례객들도 달라이 라마의 생가인 포탈라 사원 앞을 지나면서 예외없이 땅에 엎드린 채 그에 대한 존경심을 표시하고 있다.
이처럼 `구심점'을 제거함으로써 분리독립 운동을 와해시키겠다는 전략이 빗나가자 중국은 최근 몇달 전부터 학생과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사상교육'에 돌입했다.
하지만 이런 식의 무리한 정책이 오히려 수십년간 억눌린 티베트인들의 분노를 폭발시키는 도화선으로 작용하면서 `속세를 떠난' 승려들까지 거리로 내몰았다는 지적이다.
티벳 전문가인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의 체링 샤카 교수는 15일 AP통신에 "승려들은 식자층"이라며 "무리한 사상교육을 강요당한 그들로서는 결국 분노를 표출시킬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컬럼비아대학 현대티벳연구프로그램의 로비 바넷 국장은 dpa통신에 "중국이 2006년 달라이 라마에 대한 공개적인 공세를 재개한 것이 이번 사태의 직접적 원인이 됐다"고 해석했다.
라싸에 대한 한(漢)족의 집단이주 등의 `식민정책'을 그저 지켜봐야만 했던 티베트 승려들이 자신들의 정신세계를 파괴하려는 노골적인 시도에는 분노가 폭발하고 만 셈이다.
바넷 국장은 AP통신과의 별도 회견에서 "티베트 문제는 압력밥솥과 같아서 중국으로서는 압력을 계속 높여갈 수 밖에 없었다"면서 "언젠가는 터질 것이 터진 것"이라고 강조했다.
티베트에서는 전통적으로 승려들이 일반 평신도들을 하나로 묶는 사회 지도층의 역할을 해왔고, 중국의 티베트 정책 역시 승려들의 불만을 사회전체로 확대되지 못하도록 하는데 초점이 맞춰졌다.
그동안 티베트 문제와 관련해 중국이 가장 염려했던 것은 승려들이 주도하는 시위에 민초들이 대거 동참하는 것이었는데 이번에 그런 우려가 현실화되고 말았다.
바넷 국장은 "중국 당국이 최근 사흘간 승려들의 시위를 사원이나 라싸 외부로 확산되지 못하도록 갖은 노력을 기울였던 것은 그런 최악의 시나리오를 막기 위해서였다"고 설명했다.
인도 거주 티베트인들은 독립봉기 기념일인 지난 3월10일부터 중국의 티베트 통치에 항의하고 베이징 올림픽을 반대하기 위한 6개월 간의 대장정에 돌입했다.
국운을 걸고 올림픽을 준비하고 있는 중국은 최소 10명에서 최대 100명까지 사망한 것으로 알려지는 이번 유혈참사로 국제사회에서의 이미지 추락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세계 각국에 흩어져 있는 티베트인들이 이번 시위에 동참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은 강력한 진압 의지를 보이고 있어 이번 사태가 향후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 지는 확실치 않다.
바넷 국장은 "안타까운 것은 중국이 티베트인을 완전 배제한 시스템을 만들었다는 것"이라며 "중국이 이번 사태를 폭력이 아닌 어떤 방법으로 해결할 지는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wolf85@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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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의 지나친 불교문화 말살정책이 직접적 도화선
(서울=연합뉴스) 중국 티베트(시짱.西藏)에서 20년 만에 발생한 최악의 유혈참사는 중국 정부의 과도한 억압에서 비롯된 자업자득의 측면이 강하다는 지적이다.
티베트 고유의 불교문화를 압살함으로써 이 땅을 `무색무취'하게 만들기 위한 중국 정부의 지나친 동화정책에 결국 쌓이고 쌓인 티베트인들의 불만이 곪아 터졌다는 분석이다.
지난 1950년 군사력으로 티베트를 장악한 뒤 1959년의 독립 봉기를 무산시킨 중국 정부는 이후 티베트의 정체성을 말살하기 위해 다양한 조치들을 취해왔다.
대표적인 것이 티베트의 영적 지도자로 불리는 달라이 라마와 사회 지도층인 승려 사이의 정신적 연결고리를 끊어버리기 위한 `이간정책'이다.
최근 10여년간 중국 당국은 티베트 승려들에게 인도에서 49년째 망명정부를 이끌고 있는 달라이 라마를 부정할 것을 강요하는 한편 평신도들에게는 달라이 라마를 위한 기도 금지령을 내렸다.
그러나 불교가 곧 일상생활이고 달라이 라마를 여전히 자신들의 지도자로 떠받들고 있는 티베트인들에게 중국의 의도는 제대로 먹혀들지 않았다.
57년에 걸친 공산통치에다 20년간의 종교활동 완전금지 조치에도 불구하고 티베트 수도 라싸(拉薩)를 걸어다니는 주민들의 손에서는 지금도 여전히 염주가 떠나지 않고 있다.
불교성지를 찾아 몇달씩 여행하는 순례객들도 달라이 라마의 생가인 포탈라 사원 앞을 지나면서 예외없이 땅에 엎드린 채 그에 대한 존경심을 표시하고 있다.
이처럼 `구심점'을 제거함으로써 분리독립 운동을 와해시키겠다는 전략이 빗나가자 중국은 최근 몇달 전부터 학생과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사상교육'에 돌입했다.
하지만 이런 식의 무리한 정책이 오히려 수십년간 억눌린 티베트인들의 분노를 폭발시키는 도화선으로 작용하면서 `속세를 떠난' 승려들까지 거리로 내몰았다는 지적이다.
티벳 전문가인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의 체링 샤카 교수는 15일 AP통신에 "승려들은 식자층"이라며 "무리한 사상교육을 강요당한 그들로서는 결국 분노를 표출시킬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컬럼비아대학 현대티벳연구프로그램의 로비 바넷 국장은 dpa통신에 "중국이 2006년 달라이 라마에 대한 공개적인 공세를 재개한 것이 이번 사태의 직접적 원인이 됐다"고 해석했다.
라싸에 대한 한(漢)족의 집단이주 등의 `식민정책'을 그저 지켜봐야만 했던 티베트 승려들이 자신들의 정신세계를 파괴하려는 노골적인 시도에는 분노가 폭발하고 만 셈이다.
바넷 국장은 AP통신과의 별도 회견에서 "티베트 문제는 압력밥솥과 같아서 중국으로서는 압력을 계속 높여갈 수 밖에 없었다"면서 "언젠가는 터질 것이 터진 것"이라고 강조했다.
티베트에서는 전통적으로 승려들이 일반 평신도들을 하나로 묶는 사회 지도층의 역할을 해왔고, 중국의 티베트 정책 역시 승려들의 불만을 사회전체로 확대되지 못하도록 하는데 초점이 맞춰졌다.
그동안 티베트 문제와 관련해 중국이 가장 염려했던 것은 승려들이 주도하는 시위에 민초들이 대거 동참하는 것이었는데 이번에 그런 우려가 현실화되고 말았다.
바넷 국장은 "중국 당국이 최근 사흘간 승려들의 시위를 사원이나 라싸 외부로 확산되지 못하도록 갖은 노력을 기울였던 것은 그런 최악의 시나리오를 막기 위해서였다"고 설명했다.
인도 거주 티베트인들은 독립봉기 기념일인 지난 3월10일부터 중국의 티베트 통치에 항의하고 베이징 올림픽을 반대하기 위한 6개월 간의 대장정에 돌입했다.
국운을 걸고 올림픽을 준비하고 있는 중국은 최소 10명에서 최대 100명까지 사망한 것으로 알려지는 이번 유혈참사로 국제사회에서의 이미지 추락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세계 각국에 흩어져 있는 티베트인들이 이번 시위에 동참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은 강력한 진압 의지를 보이고 있어 이번 사태가 향후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 지는 확실치 않다.
바넷 국장은 "안타까운 것은 중국이 티베트인을 완전 배제한 시스템을 만들었다는 것"이라며 "중국이 이번 사태를 폭력이 아닌 어떤 방법으로 해결할 지는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wolf85@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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