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세계은행은, 볼리비아 코차밤바의 지방정부에
수자원 개선 목적으로 제공하기로 했었던 2500만 달러의 차관에 대해,
공공 상하수도서비스 부문을 민영화하여 비용을 충당하지 않는 한
차관을 제공하지 않겠다고 볼리비아 정부에 통보했다.
곧이어 1999년에는 그 동안 물 서비스를 관장해오던 공기업에 대한 기존 대출의 차환을 거부하고
가격 인상을 억제하는 공적 보조금을 금지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볼리비아 당국은 코차밤바 시의 향후 40년 동안의 물 서비스 사업권을
미국의 대기업 벡텔의 자회사 법인 '아구아스델투나리'에 넘겼다.
그 과정에서 세계은행은 아구아스델투나리에 독점권을 부여해주고
완전비용가격체계에 따라 가격을 책정하도록 하면서 발생원가를 미국 달러에 고정시키는 한편,
볼리비아 정부에는 차관을 빈곤층의 물 서비스 보조에 사용하지 않도록 지시했다.
(완전비용가격체계-평균생산원가에 미리 책정한 이윤을 더해 가격을 결정하는 방식)
아구아스 델 투나리 측은 운영을 시작하기도 전에
서비스 품질 향상과 수질개선 명목으로 수돗물 공급가격 인상을 선언했다.
2000년 1월 수도요금이 35%가량 인상되어 평균 가계수입의 20~30%에 육박,
상당수의 가정들이 식료품보다 물에 더 많은 돈을 지출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산발적으로 시위가 이루어지던 것이
2000년 2월이 되자, 시민 수만 명이 거리로 나와 시위가 확대되었다.
민간단체들과 지역농부들의 연대조직들, 노동운동가들 뿐만 아니라
물 사유화에 반대하는 정치인들과 비정부단체들, 젊은이들의 폭넓은 참여 속에
광범위하고 지속적인 시위가 코차밤바를 메웠다.
도시는 나흘 동안 마비되었고, 여론조사 결과
코차밤바 시민의 90%가 물 서비스에 대해 다시 공공부문으로 넘기기를 원한다고 답변했다.
볼리비아의 시위에 대해 의사표시를 해달라는 요청을 받은
제임스 울펀슨 당시 세계은행 총재는,
'공공서비스를 민간업체에 맡기지 않으면 자원 낭비가 불가피해
볼리비아와 같은 나라는 적절한 요금체계가 필요하고 코차밤바 시민들은 그것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세계은행 측은 빈곤층의 수도요금 인상을 완화하기 위해
볼리비아 중앙정부가 차관으로부터 보조금을 지원하는 것을 끝내 허용하지 않았다.
대규모 시위가 한 달 이상 계속되자
우고 반세르 대통령은 계엄령을 선포하고 벡텔과의 계약을 파기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발표 후에도 계약은 파기되지 않았고
무려 두 달간 코차밤바 시민들은 물 값을 내지 않으며 시위와 저항을 계속했다.
정부의 방치가 지속되면서 3만 명의 시민들이 시의 중앙광장을 점거했고
결국 2000년 4월, 경찰의 발포로 17세 소년이 사망하고 175명이 부상을 입었다.
이어서 군대가 코차밤바 시내로 투입되자 8만 명 이상의 시민이 거리로 나왔다.
그제서야 볼리비아 정부는 민영화 계획을 포기했고
4월 10일 벡텔 자회사의 이사진은 코차밤바를 떠났다.
코차밤바의 시위를 주도한 시민단체들은 연대하여 대표를 선출하고
이 대표단이 볼리비아 정부와 협상을 통해 물 민영화에 관한 입법을 철회시켰다.
아구아스 델 투나리의 이사진이 떠나자
SEMAPO(인수되었던 코차밤바의 물 공기업)를 운영할 주체가 없어졌고
협상에 따라 법적으로도 공백상태가 되었다.
결국 볼리비아 중앙정부는 코차밤바의 물 서비스 관리를
SEMAPO의 기존 직원들과 코차밤바 시민대표의 손에 맡겼다.
시민들은 SEMAPO를 경영할 이사진을 새로이 선출하는 한편,
대안적인 운영방침들을 선택하기 시작했다.
SEMAPO는 사회정의에 입각하여, 그동안 높은 비용 때문에 혹은 사업성이 좋지 않아
물을 제대로 공급받지 못했던 소외지역과 빈곤층에도 물을 공급해주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지역의 작은 마을 400여 곳과 물 공급에 관한 접촉을 시작하고
빈곤층을 위한 대형 물탱크를 즉시 마련했다.
2000년 여름, 몇 차례의 공개 청문회를 거치면서 코차밤바의 물 공급은 안정되기 시작했다.
참고자료 및 인용출처 : Marcele Lopez Levy, Bolivia Profile, Oxfam 2001
Maude Barlow & Tony Clarke, Blue Gold 2002 블루 골드, 개마고원
Sherry M. Stephenson, Approaches to liberalizing services, The World bank 1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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