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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철 “정치 소비자 입장서 심사, 공천 기본틀 지켰다”

ㆍ민주당 공천심사 마친 ‘외인부대’ 박경철 홍보간사

통합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지난달 공천심사 작업에 들어가기 앞서 “무난한 공천은 무난한 죽음을 의미할 뿐”이라며 강력한 쇄신공천을 천명했다. 이 말에 정치적 수사(修辭) 이상의 무게를 두는 사람은 드물었다. 어느 정당인들 개혁공천·쇄신공천을 앞세우지 않았던 적이 있는가. 그런데 정치적 수사를 ‘순진하게’ 곧이곧대로 받아들인, 아니 말에 책임을 지라며 밀어붙여 ‘사고’를 친 사람들이 있다. 박재승 공천심사위원장이 이끄는 7인의 외부심사위원들이다. 다양한 경력을 가진 ‘외인구단’ 중 외과의사인 박경철씨는 공심위를 대변하는 홍보간사로서 공천심사 진행과정을 시시각각 외부에 전달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수술 일정을 주말에 몰아놓았기 때문에 경북 안동의 병원에 가봐야 한다는 그를 붙잡아 23일 오후 6시 서울에 있는 그의 오피스텔에서 만났다. 그는 “정치권이 예상했던 것보다 정치공학적 논리에 깊이 매몰돼 있었다”면서 남명 조식 선생이 남겼다는 “물은 배를 끌고 가지만 배를 뒤집을 수도 있다”는 말로 한 달간의 정치권 경험을 정리했다.

통합민주당 공천심사위 홍보간사로 활동한 박경철씨가 지난 22일 서울 충정로 사무실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공천 작업의 소회를 토로하고 있다. <정지윤기자>

-통합민주당 공천작업이 마무리됐습니다.

“50%의 성공, 절반의 실패라고 할 수 있겠지요. 외부 공심위원들이 공당의 공천작업에 참여할 때의 이유와 목표들을 모두 반영했느냐고 물었을 때 이룩한 것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부분도 있다는 겁니다.”

-외부인으로서 공천작업에 참여하면서 들었던 생각은 어떤 것입니까.

“정치인들이 정말 정치공학 논리에 매몰돼 있습디다. 민심 중에서 유·불리를 따지고 민심을 주도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정치공학인데 대중을 기만하는 것이죠. 제가 참여한 민주당의 경우 우리(외부)는 정치공학을 무시한 것이고, 그들(내부)은 정치공학을 주장했습니다. 결국 절충과 타협이 이뤄졌는데 기둥은 우리가 고수하고, 나머지 인테리어는 그 사람들이 끌고 간 셈이죠. 그나마 민주당은 나은 것 같습니다. 이번에 새로운 시도를 했으니까요. ”

-가장 큰 고비는 언제였나요.

“고비들이 국면마다 많았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당에서는 외부위원들을 불러들인 이유가 절반 정도는 이벤트가 아니었을까 합니다. 신선감이 필요했겠지요. 하지만 그런 역할로 참여하고자 했던 사람은 없었을 겁니다. 출발부터 생각이 달랐던 것이죠. 외부에서 참여하는 사람은 사회개혁과 같은 마음가짐으로 출발했지만, 당에선 기존 공천에 신선감을 더해주는 것 정도가 목적이었던 거지요. 막상 만나니까 서로가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지난주 신계륜·김민석 갈등이 터졌을 때가 가장 큰 고비였나요.

“당시 (공심위가) 오버한다는 얘기도 있었지만 누적됐던 위기감이 엄청났습니다. 공심위가 처음에 내세웠던, 공개적으로 했던 약속이 세 가지입니다. 하나는 비리 전력자를 배제한다는 것입니다. 정치인들이 가치기준을 법으로 정하잖습니까. 음주운전·도둑질·횡령을 하지 말라 것 등이지요.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자격을 가진 사람을 내세워야 한다는 것입니다. 두번째는 지역당을 허용해선 안된다는 것입니다. 민주당은 끈이 떨어졌으니 자칫하면 호남당으로 가지 않겠냐는 문제의식이었지요. 호남의 맹주·오너십을 허용하지 않기 위해선 최소 30% 이상의 인위적 교체를 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세번째가 주관성의 배제입니다. 공천심사에서 주관성을 피할 수 없긴 하겠지만 그간은 정파와 당리당략의 주관성으로 작용해왔습니다. 1차 스크린에서는 주관성을 허용하되 2·3차는 철저히 주관성을 배제하고 계량화해서 기록을 내놓으라고 하면 내놓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세 가지는 물러설 수 없는 목표였습니다. ”

-과도한 계량화의 함정이 지적되기도 했습니다.

“옳은 지적입니다만,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습니다. 엄밀하게 말해 민주당에 소계파가 존재하지 않았습니까. 합당을 했고요. 만약 객관화·계량화를 하지 않으면 계파 논리를 깰 수 있는 무기가 없었습니다. 부작용을 감수하고 계파논리를 뭉개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386세대로서 과거 운동권이었다거나 정치에 참여한 경험이 있으신가요.

“그렇지는 않습니다만, 암울한 시대를 보편적 대학생으로서 지낸 사람으로 부채의식을 갖고 있었습니다. 자기 몫을 챙겼던 사람으로서 갖고 있는 부채의식이지요.”

-그렇다면 정치 문외한이신데 잘 모르는 주식에는 투자하지 않는다는 말을 하셨잖아요.

“그건 앞으로 정치에 참여할 것이냐는 질문에 대한 답이었습니다. 제가 지금 정치에 뛰어들면 무도한 일입니다. 정치를 모르긴 했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 나은 점이 있었을 것입니다. 공심위에 정치의 중심에 서 있는 내부 위원이 5명 있었고, 외부 7명 가운데 2명은 이미 정치권과 유대가 깊었습니다. 순전히 정치를 모르는 건 5명이었습니다. 이들은 그야말로 정치 소비자 논리를 앞세웠죠. 정치를 아는 7명은 공급자 논리였고요. 만약 저 하나가 정치를 좌우한다면 잘못된 일이겠지만 모르는 사람도 필요했습니다.”

-네거티브(부적절한 인사)를 걸러내는 데는 성공했지만 포지티브(참신한 인물 공천)엔 한계가 있었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자원이 부족했습니다. 새로운 기둥이 없었죠. 심지어 미신청 지역은 사람이 나와주는 것만으로 감사해야지 심사가 웬말이냐란 말도 들었습니다. 권력이란 게 무섭더군요. 권력이 떨어지니까 그 많던 사람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어요. 호남의 경우 30% 교체는 우리가 할 테니 양해해 달라고 한 것이고, 대신 채우는 것은 유권자 의사를 100% 반영하겠다는 것이었죠. 호남 이외의 지역은 사람만 많았다면 좋은 분들 모셔보고 싶은 욕심이 컸는데….”

-안에서 들여다본 동년배 정치인들을 평가하신다면.

“낭만과 현실의 차이인데 실제 정치를 하고 있는 사람들은 밖에서 낭만적으로 보던 것보다 훨씬 현실화돼 있었습니다. 초선의원들이 ‘108번뇌(열린우리당 초선의원 108명)’ ‘탄돌이’라고 폄훼도 많이 당했잖습니까. 그게 연치(年齒·나이) 부족에서 오는 일종의 오류들이었다고 봅니다. 그런데 한 번의 실험이 실패한 이후 좋게 말하면 제도권 내에 순치된 측면이 있고, 나쁘게 말하면 결기가 사라진 측면이 있는 것 같습니다. 탄돌이라는 것도 제도권에서 보면 통제가 안되는 사람이지만, 결기라는 측면에서 보면 긍정적입니다. 이번에 그들이 재선이 됩니다. 와서 보니까 초선과 재선의 차이가 크게 느껴졌습니다. 스승과 제자의 차이랄까요. 탄돌이라고 하지만 다음 의정활동에선 상당히 좋은 평가가 있을 것입니다. 기대가 큽니다. 우왕좌왕·좌충우돌은 많이 제거됐고, 경험이 배어나올 겁니다. 아쉬운 것은 그래도 혈기방장함이 필요하지 않나 싶네요.”

-주식으로 치자면 포트폴리오를 구성한 셈인데 어느 정도 성과를 자신하나요.

“총선 결과요? 어렵겠죠. 당 대표와 지난 대선 후보까지도 여론조사에서 밀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개인이 똑똑하고 대중이 어리석다고 믿지는 않습니다. 반대입니다. 저는 금융을 오래 연구했는데, 개인이 아무리 좋은 머리를 가져도 경기가 나쁘면 어쩔 수 없습니다. 최고경영자(CEO)가 아무리 똑똑해도 경기가 나쁘면 회사는 망하지요. 역사의 강물은 도도해서 지금 어렵다고 하더라도 길게 보면 강이 흐르는 방향에서 길이 열릴 것입니다. 총선에서 기대 이상의 성과는 어렵겠지만, 좌절했던 시기에 비하면 의미있는 견제세력을 얻는 것은 가능할 것입니다.”

▲박경철은 누구?

1965년 경북 안동에서 태어나 영남대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서울과 대전의 종합병원에서 근무한 외과의사다. 마흔이 되기 전 고향에서 병원을 열자는 어릴 적 고향 친구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지금은 안동에서 신세계병원을 운영하고 있다. 병원에서 겪은 감동적인 사연을 담은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이란 에세이집에 이어 풍부한 인문학적 안목과 시장에 대한 깊은 통찰력을 바탕으로 한 투자 지침서인 ‘시골의사의 부자경제학’이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증권가에 ‘시골의사’란 필명을 널리 알렸다. 그는 통합민주당 공천심사 과정에서 부패·비리 전력자 일괄 배제 기준이 논란이 되자 “감기약을 먹어도, 스테로이드를 맞아도 도핑테스트에 걸리기는 마찬가지”라고 상황을 정리하는 등 신선한 수사로 화제를 모았다.

〈 김재중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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